오랜 세월을 함께 걸어온 사람과의 시간은 언제나 편안하고 은은한 위로가 됩니다. 지난 금요일, 20년 넘게 알고 지낸 소중한 친구와 함께 광화문에서 만남을 가졌습니다.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만큼 허심탄회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 변함없는 모습으로 곁을 지켜주는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1. 광화문 KT 빌딩 맛집 '난포'에서의 정갈한 한 끼
광화문 KT 건물에 위치한 맛집이라 11시 오픈시간에 맞춰 '난포'에 도착했습니다. 깔끔하고 정갈한 분위기 속에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곳의 대표 메뉴인 강된장쌈밥(12,000원)과 제철회묵은지말이(16,000원)를 주문해 나눠 먹었습니다. 양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서로 아침을 먹고 온 상태라 이 정도로 만족했습니다.
동글동글 보기 좋게 싸여 나온 강된장쌈밥은 구수하면서도 깊은 풍미의 강된장과 어우러져 부담 없이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철회묵은지말이 역시 회와 묵은지의 조합으로 입맛을 돋우어 주며 담백했습니다. 이곳에 처음인 친구도 상당히 만족해했습니다. 담소를 나누며 정갈한 음식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행복을 느꼈습니다.

2. 아늑함과 배롱나무가 반겨주는 덕수궁 거닐기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천천히 걸어 덕수궁으로 이동했습니다. 덕수궁에 올 때마다 매번 느끼는 점이지만, 다른 궁궐들과는 달리 규모가 너무 크거나 위압적이지 않고 아기자기하면서도 특유의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궁궐 마당 한쪽에서 화사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커다란 배롱나무가 이 아늑한 분위기에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었습니다. 분홍빛 꽃을 품은 배롱나무 아래서 바람을 느끼며 걸으니, 도심 한복판에 이런 궁들이 있는 것이 정말로 아름답다는 생각과 과거 조선시대의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며 마음이 절로 평화로워짐을 느낍니다.

3. 덕수궁 현대미술관, 이대원 화가의 회고전
덕수궁 입장료(1,000원)와 미술관 입장료(2,000원)를 내고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입장했습니다. 단돈 3,000원이라는 믿기지 않는 가격에 이토록 훌륭한 작가님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인 이대원 화가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특유의 감각적이고 강렬한 색채,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담아낸 자연의 풍경들은 보는 내내 색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캔버스 위에 펼쳐진 빛과 색의 잔치는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물들였고, 친구와 함께 작품 하나하나를 천천히 감상하며 깊은 예술적 영감을 나누었습니다.

4. 서울시청 하늘광장카페 '행복플러스'에서의 여유
미술관 관람으로 가슴 깊이 감성을 채운 뒤, 우리는 또 한 번의 여행을 위해 서울시청 건물에 위치한 하늘광장카페 '행복플러스'로 이동했습니다. 시민들에게 오픈된 지 얼마 안돼서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도심의 풍경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어우러져 여유로움이 배가되었습니다.
향긋한 커피 향을 맡으며 오늘 본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서로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풀어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편안한 친구와 나누는 한잔의 커피는 그 어떤 보약보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습니다.

5. 서소문 작은 갤러리 '루비의 정원' MIN K초대전 관람으로 마무리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는 서소문구에 위치한 아기자기한 작은 커피숍 겸 갤러리인 '루비의 정원'에 들렀습니다. 이곳에서는 마침 색연필화 선생님의 정성 어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작가의 애정과 시간이 듬뿍 담긴 작품들을 마주하니 마음이 더욱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6. 풍요로웠던 하루를 마치며
맛있는 음식, 고즈넉한 궁궐 산책, 그리고 깊은 울림을 준 훌륭한 미술 작품들까지... 하루 동안 수많은 아름다움과 예술을 오롯이 누린 참으로 풍요롭고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순간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함없이 곁에 있어 준 친구와 함께 나눌 수 있어 더욱 뜻깊었습니다. 마음 깊이 따뜻한 추억을 가득 채운 채 즐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